Korean Selvedge 'R' 에 대하여



데밀을 시작하면서부터 농담삼아 이야기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산 셀비지 데님의 생산입니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한국산 셀비지 데님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내에 남아있는 셔틀 직기를 찾아낸 한 사람의 집요함과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지식과 인프라를 갖춘 다른 한 사람의 경험, 그리고 대한민국 유일의 로프다잉 설비와 기술을 갖춘 전남방직 덕분입니다.


전남방직을 통해 빈티지 USA 데님의 촉감과 요철감 그리고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면 100% USA 슬럽사(Slub絲)를 개발해 원단을 생산했습니다. 해당 원단은 로프다잉 설비에 18회나 수조에 다잉한 경사와 자연스러운 요철을 만들어내기 위해 2가지 위사를 데밀만의 레시피로 직조했습니다. 해당 원단을 직조하기 위해 사용된 60년대 국산 셔틀 직기는 과거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만드는데 사용됐었습니다. 이 국산 셔틀 직기를 통해 직조한 13온스의 셀비지 데님은 겹겹이 쌓인 인디고 염료로 매우 진한 색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층의 염료가 서서히 떨어져나가며 더욱 짙고 아름다운 농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3월 말일자로 전남방직 영암공장이 폐쇄되며 해당 원단의 생산을 불투명해졌습니다.


이 일을 통해 대한민국에서는 100% 국산 데님의 제작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2023년 8월, 데밀은 국내에서 데님 직조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 후쿠야마에 위치한 카이하라 데님과의 긴 대화 끝에 데밀의 새로운 R 원단에 사용될 인디고 원사(경사)와 위사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카이하라 데님은 1893년 빙고 카스리라는 일본 전통원단을 제조로 시작하였습니다. 기모노의 수요가 줄며 전통원단사업 또한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카이하라는 전통 인디고 염색을 활용한 데님 원단 제조업체로 전환하게 됩니다. 미국의 로프다잉 기법을 통해 만들어야 데님 특유의 페이딩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된 창업주가 전통 염색을 응용하여 로프 염색기를 개발하는 것에 몰두하였고, 1970년에 일본 최초로 로프 염색기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카이하라는 크게 성장하게 됐고, 1973년에는 리바이스의 OEM 생산을 도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데밀은 약 65년의 독자적인 로프다잉 기술력을 가진 카이하라 데님에게 1940~50년대 초(세계 제2차세계대전) 생산됐던 이른바 대전모델의 인디고 색상을 의뢰하였습니다. 노란 빛의 유황을 처음 입히고 이후 16회의 인디고 다잉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 원단의 특유의 빛깔을 만들어냈습니다. 해당 원단은 농도 깊은 페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데님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원면입니다. 카이하라 데님에서는 좋은 원면을 확보하기 위해 다야한 국가의 면을 사용하고 있고 매년 면의 작황을 확인해 품질 높은 원면을 취사 선택하고 있습니다. 데밀에서 의뢰한 원다는 미국과 브라질의 면을 적절히 혼용해 제작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로프다잉을 할 수 없고 또 데님을 전문으로 만드는 원단회사가 없습니다만, 데밀은 그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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