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섹스의 한계, 그리고 008
009와 012는 기본적으로 유니섹스로 볼 수 있지만, 남성복 빈티지 아카이브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소위 '보이프렌드 핏'으로 입으신 여성 고객분들을 지켜보며, 저희도 여성 고객분들에게 딱 맞는 실루엣을 개발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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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데님 시장은 여성 빈티지 데님 고객층이 너무 얇은 관계로 주로 빈티지 아카이브보다 가성비 혹은 유행하는 특정 핏을 기준으로 개발되는 소비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조금이라도 더 50년대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는 데님을 만들어 보고자, 50~60년대 빈티지 여성데님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008이라는 여성 실루엣을 제작했습니다.
80년이 넘게 걸린 첫 여성 진즈
1800년대 후반부터 “Jeans” 혹은 “5 Pocket Denim Trousers”를 봉재하는 장인들, 혹은 직공들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1934년 401이 처음 나오기 전까지 Dungaree가 아닌 Jeans를 원하는 여성은 몸에 잘 맞지 않는 어린이용 혹은 남자형제의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여성들의 데님에 대한 욕망은 30년대~40년대 Dude Ranch 문화와 존웨인, 개리 쿠퍼와 같은 카우보이 영화들의 유행과 함께 미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실루엣은 농경생활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Dude Ranch 문화에 국한된 다분히 남성적인 핏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08의 실루엣은 여성용 실루엣의 완성기라고 불리는 1950년대의 여성용 데님들이 가장 많이 참고되었습니다.
먼로의 느낌
특히 마릴린 먼로가 사적으로 즐겨입던 제품인 50년대 Lee Riders Women과 그녀가 모델로 기용되었던 Levi's 701, 501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제품을 만들면서 마릴린 먼로를 뮤즈로 삼은것은 단순히 그녀가 아름다웠기 때문은 아닙니다.
과거 매거진에 기고한 리페어 관련 글에서도 나왔듯이 50년대 후반-60년대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빠져나간 남성 공업인력을 여성이 채우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처음으로 남성을 거의 따라잡게 되는 시대였습니다.
그 시기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마릴린 먼로는 여배우가 되기 전 Van Nuys 비행기 공장 라인 생산직이었습니다.
또한 당대의 섹스심벌이면서도 뒷면으로는 자신이 어려서 여성으로서 겪은 어려움을 잊지 않고 많은 여성인권운동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대적인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 혹은 노마 진 모튼슨은 생겨난지 100년이 넘어서야 제대로 여성복의 일부분으로 편입할 수 있었던 "여성용 데님"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리지널 008 실루엣, High Waist Wide Straight
모두가 알듯이 여성의 체형은 남성과 다르게 골반이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체형을 최대한 살리며 편안한 착용감도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를 모아 고민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다년간 일본에서 다른 브랜드들의 여성데님들을 봉재하기도 하며 여성데님을 구상해왔던 함동수 대표님의 숙원이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개발한 008 패턴은 50년대 데님 특유의 하이웨이스트와 허리에서부터 골반으로 이어지는 커브를 최대한 살려, 남성이 가질 수 없는 여성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주는 오리지널 실루엣입니다.
또한 직접 생산을 하는 데밀만의 전문성을 살려 봉제에서도 이 형태가 변화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제작했습니다.
부자재와 원단 등에서도 012, 009와 같은 퀄리티를 채용하고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Universal 각인의 YKK Talon 42 지퍼를 채용했습니다.
첫 여성 제품인 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완성하였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 드리겠습니다.